오래 머무를 수 있는 사진
화려한 간판 대신, 작가의 이름 뒤에 '필름'만 더했습니다. 꾸미지 않은 이름처럼, 꾸미지 않은 하루를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흔히 결혼식이나 돌잔치처럼 특별한 날에만 남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래 돌아보게 되는 사진은 의외로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함께 걷던 골목, 자연스럽게 웃던 순간,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분 좋았던 오후. 그런 시간도 충분히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좋은 구도와 색감은 나중에도 다듬을 수 있지만, 그날의 표정과 분위기는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잘 찍는 것보다 먼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카메라 앞이 편해질 때까지
평소에는 조용한 편입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고,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뛰고, 엎드리고, 기다립니다.
사진 찍히는 일이 어색한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 나와야 한다"는 부담은 제가 조금 더 가져가려고 합니다. 촬영은 포즈를 하나씩 따라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남동 골목을 천천히 걷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소에서 잠시 머물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함께 있을지가 먼저 보입니다. 오래된 친구와 있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만들어낸 장면보다, 흘러간 순간
미리 정해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을 기다립니다. 무심코 마주친 눈빛, 크게 웃다가 잠시 숨을 고르는 표정,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짧은 순간. 그런 장면들은 연출해서 만들기 어렵지만, 오래 볼수록 더 깊은 마음을 남깁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폭우 속에서도 환하게 웃던 어느 결혼식의 장면을 본 날, 사진이 단순히 예쁜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을 붙잡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작업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계절의 색과 풀, 산이 가진 자연스러운 결을 좋아합니다. 그런 분위기가 사진에도 천천히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사진은 특별한 날만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평범했던 오늘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작은 이유였으면 좋겠습니다.















